[경험]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 (Seamless Context)

컨텍스트란 무엇인가?

4 Elements of Context

시장의 주인공이 제품에서 경험으로 바뀌는 순간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제품은 낱개로 존재하지만 경험은 끊어지지 않는다. 책 한 권을 사더라도 발견부터 독서 이후까지 관련된 모든 경험이,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구경부터 구매 후까지 이어지는 모든 경험이 상품 자체보다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 경험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컨텍스트다.[1] 그런데 컨텍스트란 대체 무엇인가? 사용자의 물리적 상황인가? 그래서 문도 자동으로 열어주고 ‘푸쉬(Push)’ 알림도 보낼 수 있는 고객의 정보인가?

이 글에서는 컨텍스트의 능동성을 중심으로 문제의 본질을 알아본다.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란 무엇인지 발견, 선택, 경험, 공유 과정을 통해 살펴본다. 이것은 연결된 세상에서 모든 비즈니스가 왜 컨텍스트를 만드는 비즈니스가 될 수밖에 없는지 정리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영상 콘텐츠의 시청을 주로 사례로 다루었으나 <네트워크가 제품이다>에서 다룰 ‘컨텍스트 네트워크’를 포함하여 컨텍스트의 문제를 비켜갈 수 있는 비즈니스가 없다. 영상 콘텐츠 대신 그 어떤 제품을 대입하여 읽어도 무방하다. 컨텍스트는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축이다.

전통적 환경의 컨텍스트

예전에는 컨텍스트가 사업자에게도, 사용자에게도 간단했다. 95년도에 방영된 SBS의 24부작 ‘모래시계’는 국내 드라마의 전설이었다. 일명 ‘귀가시계’라는 별명은 전통미디어에서 컨텍스트가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한마디로 암시한다.

프로그램은 편성표가 24시간, 주간 단위로 나와 있으니 수·목 밤 10시에 어김없이 발견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본방 사수 개념이 줄어들어 시청률 5%도 많다지만 20년전 상황은 달랐다. 주로 지상파 3사가 저녁시간을 좌우하니, 이 시간에 무엇을 할(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최민수가 ‘나, 떨고 있니?’ 하며 죽어가던 대목에서 순간 시청률은 75%에 달했다.[2]

SBS 드라마 모래시계. 프로그램을 발견, 선택, 경험, 공유하는 컨텍스트가 간단했던 시절이다.

여기서 콘텐츠를 시청(경험)하는 컨텍스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거실에 모여 앉든 방에서 혼자 보든 시청 방법은 단순했고 정전이 되거나 누군가 채널을 돌리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컨텍스트였다. 콘텐츠만 좋다면 그 콘텐츠를 경험하는 컨텍스트 따위는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콘텐츠에 대한 공유는 집, 학교, 직장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다.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며 재잘재잘 수다를 떨면 이야기는 기록도 없이 사라진다. 그 대화에 없던 사람들은 내가 어느 대목에서 울었는지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잔뜩 수다를 떨었으니 마음만은 후련할 것이다.

시공간의 해체, 컨텍스트의 등장

그러나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물리적 시공간 개념은 해체되었다.[3] 방송 프로그램은 주간 편성표라는 공간에 매여 있지 않고 24시간의 규칙안에 순차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 신문기사가 종이신문의 지면을 비집고 들어갈 필요도 없고 1면이라는 공간은 유일하지도, 절실하지도 않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1면이 생겼고 우리의 프라임타임은 매일매일 시시각각 변한다. 이처럼 시공간의 해체와 함께 물리적 유통 채널 위에 군림해 온 모든 사업자들의 전통적 권력은 해체되었다.[4]

컨텍스트의 발현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일어난다. 세상의 가치가 ‘관계’ 기반으로 재편되었기 때문이다.[5] 본래 ‘Context’는 라틴어 ‘contextus, contextere’에서 출발했다. 여기서 ‘con-‘은 ‘함께(together)’를 뜻하고 ‘texere’는 ‘짜다(weave), 만들다’를 의미한다. 컨텍스트는 어원적으로도 ‘함께 관계를 만들다’라는 의미를 이미 내포해왔다.

기존의 단순하고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컨텍스트는 이제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6] 시공간의 해체속에 이제 컨텍스트는 무한대로 확장되었다.[7] 이 시각에서 보면 연결된 세상의 비즈니스가 무한해진다.

1. 컨텍스트의 정의

여기서 컨텍스트란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모든  정보와 환경으로, 주어진(given) 환경으로서의 컨텍스트(시공간, 주변정보 등 실시간 상황), 사용자의 경험, 체험, 학습 등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의 기억 정보,[8] 나아가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계속 연결되고 진화하는 컨텍스트 모두를 포함한다.

Context shapes language and language shapes context.[9]

컨텍스트가 단순히 언어를 규정하는 조건(제약)이 아니라 ‘언어사용의 생산물’이기도 하다는 언어학적 정의는 미디어 관점에서도 유효하다. 컨텍스트를 단순히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 공간적 조건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 과정 및 결과에서 발현되는 작용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컨텍스트 (contexte défini, conditionnant, donné)’의 수는 무한대다. ‘지금, 여기(시간과 공간)’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경험과 지식을 쌓았는지, 그 밖의 무수한 상황(관계, 역할 등)에 따라 앞으로의 경험도 당연히 달라진다. 그렇게 각자는 유일한 순간을, 그 순간의 연속으로 삶을 살아간다. 미디어 환경에서 대화, 거래, 구매, 검색, 감상 등은 각각 다른 컨텍스트에서 발생한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경험을 따라간다.

사용자마다 검색 결과 화면, 페이스북의 뉴스 피드, 아마존의 상품 추천 페이지는 모두 다르게 보인다. 각자의 데이터의 기록이 만드는 각자의 세상이다. 사용자의 사소하고 개인적인 모든 상황과 찰나가 모여 전체(universe)를 구성한다. 다만 사례 하나, 상황 하나만을 놓고 보면 참 시시하고 핵심의 주변처럼 보일 뿐이다.

2. 진화하는 컨텍스트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이러한 컨텍스트가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진화한다’는 점이다(contexte construit, transformateur, évoluant).[10] 해석하자면 사용자 개개인의 참여 활동(대화, 거래, 구매, 검색, 감상 등)은 새로운 연결을 낳고 그것은 곧 ‘새로운 컨텍스트의 발현’을 의미하게 된다. 아래의 킨들이 사례다.

나의 밑줄은 정보가 되고 책의 컨텍스트를 진화시키는데 기여한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대목에서 몇명이 밑줄을 쳤는지 발견하게 된다. 나의 밑줄도 이렇게 “인기있는 구절“이라는 정보를 생성하는데 기여한다.[11] 나는 혼자 책을 읽지만 그 무심한 소비 과정이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과 소비의 경험을 바꾸는 컨텍스트를 새롭게 제공한다(물론 이 과정에서 독서에 대한 내 경험은 진화할 수도, 도태될 수도 있다). 오직 참여만이 컨텍스트를 발현시킨다. 각자의 유일한 컨텍스트들이 만드는 매 찰나 사소한 연결들이 모여 컨텍스트를 진화시킨다.

컨텍스트의 4요소: 발견, 선택, 경험, 공유

사용자의 개입을 통해 발현되는 모든 컨텍스트는 발견, 선택, 경험, 공유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들은 컨텍스트의 컨텍스트이자, 작용이자 결과다. 이 요소들은 독립배타적이지 않고 순차적으로 발생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끊김이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중적으로 발생한다. 컨텍스트란 정지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가는 하나의 상태(status)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관심 영역에 따라 이들을 컨텍스트의 하위 컨텍스트 또는 컨텍스트 비즈니스의 종류 또는 마케팅에서의 고객 여정 등 다양하게 해석하고 적용해도 무방하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점이다.

컨텍스트를 규정하는 4가지 작용(action)을 구분했다. 발견, 선택, 경험, 공유 컨텍스트는 사용자와 상호작용으로 발현된다.

1. 발견의 컨텍스트 (Discovering context)

발견 컨텍스트는 콘텐츠, 제품, 메시지 등을 만나는 접점이자 계기다. 예전에는 편성표로 시청자를 만나고 광고로 주목을 받았다면 이제는 그 접점이 도처에 깔려 있다. 페이스북에서 지인이 어떤 영화에 얼마나 감동했는지, 한 문장 적어올린 포스팅은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한번, 두번 더 보이면 곧 봐야겠다 마음속에 메모를 해둔다.

지인이 아니라 영화가 다른 영화를 발견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영화를 본 다음에 이어지는 추천(이 영화를 본 사람이 본 다른 영화)이 그렇다. 이 경우에는 메모하고 기억에서 꺼낼 필요가 없다. 발견이 곧 영화의 선택이고 경험이다. 아래의 이미지는 우디 알렌의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와 관련된 정보들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우디 알렌의 영화를 봤다.

발견의 컨텍스트는 문득 나에게 온다. 사용자가 헤매고 검색하고 돌아다니다가 만날 수도 있고 이런 수고가 없이 뜻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발견의 컨텍스트에서 완전한 우연이란 없다. 아니, 사용자는 뜻밖에 문득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지만 그것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검색엔진 알고리즘, 콘텐츠의 추천 알고리즘 등을 통해 연결된 결과다.

이러한 발견의 경로도 제품, 정보, 콘텐츠 경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미 경험이 시작된다.

아마존 TV는 어떤 영상을 감상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TV 시청자들의 평점과 IMDb 사용자들의 평점이 나란히 나와 있다. 또한 아마존 커머스와 같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본 다른 영화’가 새로운 영상을 발견하는 컨텍스트로 이어진다.

2. 선택의 컨텍스트 (Choosing context)

발견이 절묘하면 의사 결정의 노동은 생략된다. 선택의 컨텍스트가 짧고 최적화되면 선택하는 과정 자체를 인지하기 어렵게 된다. 발견의 컨텍스트가 ‘문득’ 나에게 오는 것처럼 선택의 컨텍스트가 ‘저절로’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것이다.

위에서 카페 소사이어티가 6.7점을 받았다는 정보는 내 선택을 도와준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본 다른 영화들 또한 발견의 컨텍스트임과 동시에 선택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정보다. 모든 것이 양적으로 넘쳐 나는 시대에 사용자 혼자의 힘으로 어떤 제품과 브랜드, 서비스, 콘텐츠, 정보를 소비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모든 것을 고객이 스스로의 노동을 통해 선택하도록 방치하는 사업자들도 아직 많다. 추천이나 평점 정보 쯤은 이미 누구나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추천 섹션을 기능적으로 추가하는 것과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일은 다르다. 많이 팔기 위한 것인가,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것인가에 따라 컨텍스트가 달라진다.

결국 선택의 컨텍스트란 “다음에 뭐 볼까?, 다음에 뭐 먹을까?, 다른거 뭐 살까?, 다음에 어디 가지?”라고 질문하는 컨텍스트를 아예 죽여버리는 것이다.  끊김이 없이 다음 제품, 콘텐츠, 서비스가 ‘연결’될 때에만 가능하다. 물론 사용자의 컨텍스트(누구인지, 무엇을 보는지, 좋아하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알아야만 가능한 연결이란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3. 경험의 컨텍스트 (Experiencing context)

예전에는 제품, 콘텐츠, 정보재를 ‘경험’하는 컨텍스트가 비교적 제한된 범위 안에 있었다. 콘텐츠는 주어진 것이고 일단 소비를 하게 하는 것만이 즉 시청률, 도달률, 매출만이 핵심 과제였다. 그 시각으로 보면 경험 컨텍스트는 TV를 볼 때 거실에서 모여서 보느냐, 방에서 PC로 보느냐, 지하철 퇴근길 스마트폰이냐 정도로 제한될 것이다.

얼마전 어떤 TV 프로그램을 PC에서 보느라 700원을 지불했다. 그 여정은 정말 멀고도 험했다. 집에는 시청할 수 있는 기기가 애플 제품 뿐이었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사용하지 않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결국 VM(Virtual Machine)을 통해 구매를 했지만 여기로 옮겨온 후에도 막다른 길에 대한 경험은 수차례 계속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문득’ 발견하고 ‘저절로’ 선택하고 지불하는 경험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대신 다시는 여기서 유료로 동영상을 보지 않으리라는 결심에 이르게 되었다.

제품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과정도 경험이지만 구매 과정, 제품(영상)의 소비 과정은 대표적인 경험의 컨텍스트다. 재구매가 일어나고 충성 고객이 되고 영업사원이 되는 과정을 만든다. 끊김이 없이 얼마나 쾌적한 경험을 제공하는지, 모바일로 보던 것을 TV로 이어서 보여주는지 등 경험의 연결 컨텍스트는 수도 없다.

아래는 영화를 보면서 자주 클릭하는 ‘엑스레이(X-Ray)’의 인터페이스다.[12]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보고 있는 장면의 정보를 시청 중인 화면 또는 스마트폰 등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어디 TV뿐이겠는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제품을 사용하는 환경들이 모두 경험의 컨텍스트를 제공한다. 우리의 매순간만큼 변덕스러운 기분만큼 모든 컨텍스트는 유일하고 무한하다.

아마존의 X-Ray는 영상 시청의 경험을 도와주는 컨텍스트를 만든다. 복잡한 줄거리의 시리즈물인 경우 더욱 유용하다.

4. 공유의 컨텍스트 (Communicating context)

그리고 내가 이렇게 발견한, 선택한, 경험한 콘텐츠·제품은 나 자신을 통해 공유된다. 공유 버튼을 누르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도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는 도처에 깔려 있다. 지인이 공유한 동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그 조회수가, 지인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그 공감이, 그리고 이 배우의 영화를 검색하고 챙겨 보는 모든 흔적이 이 콘텐츠를 누군가에게 (데이터로, 정보로, 내 목소리로, 글로) 전달하는 행위가 된다.

컨텍스트가 중요한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콘텐츠, 제품, 정보의 소비활동과 구분되지 않고 양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니, 끊김이 없이 연결되기를 지향한다. 위에서 언급한 킨들처럼 각자의 밑줄이 곧 커뮤니케이션 행위다.[13] 우리는 서로의 발견을 돕는 조력자들이다. 이 조력자들이 더욱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업자의 역할이다. 그렇지 않으면 발견의 경험은 매우 제한될 것이다.

컨텍스트의 연결이 끊김이 없을 때

모 신문사에서 컨텍스트에 대해 강의하니 청중에서 ‘기자는 일일이 기사에 댓글을 달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4요소에서 살펴본 것처럼 연결이란 반드시 댓글, 좋아요 등 가시적인 활동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컨텍스트를 발현시키고 연결하는 것은 사업자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혼자 발품 팔아 어찌 지구 저편까지 소식을 전하겠는가. 우리는 사용자가 연결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14]

콘텐츠에 그만한 가치도 있어야 하지만 컨텍스트의 4요소가 살아서 발현되도록 환경(사용자 인터페이스, 콘텐츠들의 관계,[15] 데이터 분석 등)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용자 관계, 콘텐츠 관계, 데이터 관계가 모이면 그것이 사업자의 자산 즉 네트워크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요소들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단번에 발현된다면 컨텍스트 가치는 극대화된다.

아마존 킨들 파이어에서 독서 중에 발견할 수 있는 컨텍스트다. 읽고 있는 책의 참고 문헌들과 연결되는 경험이다. 컨텍스트의 4가지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발현된다.

아마존 킨들은 어떻게 책의 컨텍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발현되고 진화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종이책의 참고문헌을 보고 스스로 검색을 하고 서점을 찾아가 책을 직접 구매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논문을 써야 하는 특수 상황이 아니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참고된 책의 표지, 개요, 사람들의 평점이 함께 있고 클릭 한번으로 샘플이 저장된다면 즉 내 (온라인)책장에 책이 바로 담기는 경험을 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한번의 클릭으로 구매를 하거나 지인들에게 바로 알릴 수도 있다면 말이다.

여기서는 새로운 것을 문득 발견하고 저절로 선택이 이뤄지며 (샘플을 클릭해서 서재에 담겼다면 이미 선택은 이뤄졌다) 이 모든 컨텍스트가 책을 읽는 경험 자체를 극대화 시켜 준다. 4가지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부지불식간에 발현되며 여기서 나의 무의식적인 활동(클릭 한번)이 새로운 컨텍스트를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연결시킨다. 컨텍스트가 흐르고 진화한다.

컨텍스트의 본질에서 다시 출발하는 비즈니스

지금까지 사용자 참여 관점에서 컨텍스트를 정의하고 컨텍스트가 발현되는 과정을 4가지로 살펴보았다. 컨텍스트는 쉽지 않다. 눈에 보이거나 고정된 틀에 갇혀 있지도 않고 사용자 경험에 따라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컨텍스트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아직 정보 미디어나 IT, 비즈니스쪽에서는 그 개념이 표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영역이 언어학, 인지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지고 많은 융합 연구가 시도된 이유도 그 잠재성과 연구의 어려움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용자를 돕자고 만든 은행, 방송국, 온라인 상점 등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컨텍스트는 대부분 끊겨 있다. 본업이 아닌데 이런 것까지 잘해야 하나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품에서 고객의 경험으로 중심 축이 이동했다면 컨텍스트에 대한 관점도 따라가야 한다.

컨텍스트는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비껴갈 수 없는 영역이고, 사용자 경험(UX)을 논하자면 더욱 그렇고, 오가닉비즈니스로 거듭나려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공간이 해체되고 경계가 없는 오가닉 미디어 시대에 연결이란 바로 컨텍스트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컨텍스트는 결국 매우 사소한 사용자의 그리고 사용자에 의해 발현되는, 수도 없이 반복되는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이 작은 작용들이 모여 미디어를 만들고 의미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만든다. 제품과 콘텐츠, 서비스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고객의 놀라운 경험은 여기서 나온다.

컨텍스트를 조금 개선해서는, 기능적으로 조금 연결해서는 이 놀라운 경험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지루하고 사소한 연결의 합이 온전히 이뤄질 때 컨텍스트 비즈니스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 유통 등 모든 영역의 유기적 협력이 만드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를 만드는 매개체로서 인터페이스를 다룬다. 컨텍스트와 인터페이스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확장된 이해를 통해 컨텍스트의 실체에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 2부의 마지막 글, ‹제품이 상점이다›에서는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아마존 상거래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 컨텍스트 비즈니스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갈림 길>


  1. 컨텍스트의 문제 정의는 이미 «오가닉 미디어»의 <컨텍스트에 답이 있다>에서 일차적으로 정리했다. 이 글은 컨텍스트의 본질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여러 산업 영역에 더욱 폭넓게 적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씌여졌다.
  2. 권수빈, <SBS 드라마 역대최고 시청률 ‘모래시계’ 64.5% 1위>, 뉴스엔, 2012년 11월 24일, http://enews24.interest.me/news/article.asp?nsID=73188.
  3. 윤지영, <시간과 공간의 관점에서 본 미디어의 역사>,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4. 윤지영, <진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5. 윤지영, <연결이 지배하는 미디어 세상의 미래>,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6. 윤지영, <컨텍스트에 답이 있다>,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7. 윤지영, <컨텍스트가 공간을 만든다>,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8. 이와 같은 관점은 언어학 (특히 화용론(Pragmatics))에서 논의하는 컨텍스트의 의미와 맥을 같이 한다. 우리는 ‘발화(utterance(énonciation))’보다 미디어 관점에서 컨텍스트를 살펴보고 있으나 사용자의 참여(engagement)와 경험(UX)의 확장된 의미에서 보면 상당 부분이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D. Sperber, D. Wilson, 인지적 화용론 (Relevance: Communication and Cognition), 김태옥 등역, 한신문화사, 1993(원서출판: 1986)].
  9. Duranti & Goodwin, Rethinking context: Language as an interactive phenomen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2, p. 30.
  10. 맹그노(D. Maingueneau)는 '담화분석사전(Dictionnaire d'analyse du discours)'에서 담화와 맥락의 관계를 두 가지 대립·보완적 관점에서 정리한 바 있다. 이미 주어진 맥락이 담화를 규정하는 한편, 담화 과정에서 상황이 지속적으로 재정의되고 맥락 또한 재구성된다는 점이다("Le discours est une activité tout à la fois conditionnée (par le contexte) et transformatrice (de ce même contexte) ; donné à l'ouverture de l'interaction, le contexte est en même temps construit dans et par la façon dont celle-ci se déroule ; définie d'entrée, la situation est sans cesse redéfinie par l'ensemble des évènements discursifs."). [Patrick Charaudeau, Dominique Maingueneau, Dictionnaire d'analyse du discours, Edition du Seuil, 2002, p. 135.]
  11. Robinson Meyer, "The Most Popular Passages in Books, According to Kindle Data", The Atlantic, Nov 2, 2014, http://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4/11/the-passages-that-readers-love/381373/.
  12. David Pierce, "Amazon’s X-ray shows movie info whenever you hit pause," Wired, Apr 13, 2015, https://www.wired.com/2015/04/amazon-xray-fire-tv/.
  13. 보다 자세한 사항은 «오가닉 미디어»의 <매개의 4가지 유형>을 참고하기 바란다.
  14. 윤지영, <안과 밖의 경계가 없는 시장에서 사업자는 누구인가?>,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15. 이성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살찌우는 5가지 아이디어>, 블로터, 2015년 4월 2일, http://www.bloter.net/archives/22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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