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신뢰의 네트워크 (Trust Network)

안과 밖이 없는 세상, 겉과 속이 같은 브랜드

A Problem Definition of Brand in a Connected World

2016년 겨울, 아웃도어 브랜드 칸투칸[1]을 방문했다. 어떤 회의실에서는 개발자 면접이 실시간 코딩과 함께 진행중이었고 어떤 방에서는 제휴 업체와 디자인 회의가 한창이었다. 고객 피드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상의하는 고객센터 회의도 참관했다. 그런가 하면 회사 대표는 전직원에게 조직내 커뮤니케이션 혁신에 대한 본인 생각을 털어놓고 있었고 어떤 회사들을 벤치마킹 하는지도 볼 수 있었다. 하루종일 들락날락 하면서 구경도 하고 질의응답도 하다보니 어느새 전직원과의 한판 대화가 순식간에 이뤄졌다. 내가 무슨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일까?

이 모든 일은 ‘슬랙’이라는 협업 도구를 통해 온라인 오피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신발을 사듯 칸투칸의 온라인 견학 상품권을 구매해서 입장한 것 뿐이다.[2] 이 회사는 몇 달 전부터 대부분의 업무를 슬랙에서 서로에게 공개된 형태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견학 상품을 만들어 아예 일반 고객에게까지 사무실을 공개한 것이다. 수십개의 채널을 누구든지 들여다 볼 수 있고 참견도 가능했다. 각종 업무와 보고 문서, 급여 같은 민감한 이슈 토론까지 직원인냥 보고 있자니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 회사는 왜 이런 의사결정을 했을까? 고객들을 단순히 등산 신발을 사는 구매자로 여겼다면 이런 결정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분명 강도 높은 투명성을 요구받고 있다. 브랜드도, 제품도, 회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회사가 공유하는 정보(콘텐츠)의 양과 종류는 점차 많아지고 고객의 관여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 정보의 투명성과 브랜드의 관계는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브랜드의 문제를 투명성( transparency) 관점에서 정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위해 투명성이 브랜드에 던지는 본질적 이슈를 먼저 정리한다. 그리고 전통적 브랜드와 오가닉 브랜드의 원천, 과정,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조직)와 제품, 직원, 고객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 결과 고객 모두가 직원, 기자, 마케터가 되는 시대에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정리하겠다.

브랜드의 새로운 환경, 투명성

오가닉 미디어 세상에서 개인은 정보를 생성, 연결, 진화시키는 주체다. 이것은 세상의 가치 구조를 바꿔 놓았다. 가치를 만드는 모든 행위가 양방향이며 연결(링크)을 통해 사후에 얻어진다. 비밀보다 공유, 설득보다 공감, 물질보다 경험이 가치를 만든다. 비밀은 혼자 간직해야 가치가 있지만 공유는 규모가 가치를 만든다. 설득은 일방향이지만 공감은 양방향이다. 경험은 연결의 결과이며 새로운 연결의 시작이다. 서로 연결되고 참고하는 과정에서 각각 평판의 네트워크로 얽힌 관계를 만들고 살아간다.[3] 이 과정에서 쌓이는 신뢰만이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도 여기서 출발한다.

1. 투명성의 딜레마

여기는 투명성을 요구하는 세상이다. 다른 말로 불신의 세상이기도 하다. 서로가 생산, 공유, 소비하는 정보의 연결 현상은 다른 한편으로 비밀을 없애고 모든 것이 추적 가능해지는(가능하다고 믿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거짓은 드러난다. 투명하지 않으면(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투명성은 신뢰를 만드는 전제조건이 되었지만 투명해질수록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는 만큼 다가서면 모르는 범위가 더 커진다. 신뢰란 한번 만들어지면 영구적으로 귀속되는 관계가 아니라 ‘앎과 모름 사이에 존재하는 하나의 중재적 상태’를 지칭하기 때문이다.[4] 인지 정도에 따라 투명성의 정도는 지속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정보의 공유이자 힘(권력)의 분산이고 이양이다.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권한은 고객에게 분산되고 고객의 영향력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고객과의 상호의존적 관계는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할수록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관여도는 증가하고 관심도 증가한다. 정보의 단절이 만들어온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어서 고객을 직원으로, 제품을 네트워크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고객의 역할이 단순한 구매자를 벗어남에 따라 고객의 영향력과 요구는 더욱 증가한다. 의존도가 높아지면 통제란 불가능해진다. 투명성의 이면은 폭로와 노출이다.[5] 고스란히 모두가 열람 가능한 업무일지로 남을 개발자 면접실을 떠올려보라.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이 진행될 수 있지만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영화가 끝나도 기록이 남는 실시간 트루먼쇼다. 그러면 구매자, 감시자, 마케터, 투자자로서 고객은 어디까지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디까지 경계를 허물어야 하는가?

2. 안과 밖, 겉과 속의 관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하나의 공통된 전제가 있다. 겉으로 드러내는 나와 실제의 내가 다를 때 그 결과는 폭로, 노출, 불신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말하는 나와 실제의 내가 일치해야 한다는 요구는 고객이나 시장의 요구가 아니라 사회적 요구다. 이제 정직하지 못한 개인, 기업들은 밝혀지게 되어 있다.

투명성은 관점과 실행에 따라 보여주기 위한 것, 노출을 위한 피곤한 과정이 될 수도 있고, 겉과 속이 같은 일관된 브랜드를 만드는 조건일 수도 있다. 겉과 속이 같다면 투명성은 결과적으로 입증된다.

그러므로 투명성에 대한 브랜드의 현명한 질문은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다.[6] 그 보다는 안과 밖, 겉과 속이 같은 일관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공유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 된다.

네트워크 세상에서는 안과 밖이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겉과 속이 같은 나’를 구축하는 것이 브랜딩의 출발점이다. 직원과 고객의 구분이 없는 환경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된다. 관계를 만드는 링크가 판매자와 구매자, 전달자와 수용자라는 이원적 역할이 아니라 경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구축된다는 점이다.

브랜드를 보호하고 비밀을 지켜주는 벽이 없어지고 오직 가시성만이 존재를 만드는 세상에서 개인도, 조직도, 기업도 연결된 세상의 존재 방식은 낯설고 어렵다. 그러나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는 전제 없이는 겉과 속이 같은 일관성 [(hi)story]을 구축할 수 없다. 전통적 브랜드와 오늘날의 브랜드는 이 지점에서 구분된다. 고객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네트워크로서의 브랜드는 살아있는 유기체 즉 오가닉 브랜드다.

전통적 브랜드와 오가닉 브랜드

아래는 안과 밖이 없는 네트워크 관점에서의 브랜드를 전통적 브랜드와 비교하여 정리한 것이다. 고객의 참여를 기반으로 구축하는 브랜드는 그 원천, 과정,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1. 원천: 컨셉 구축(Conception)인가, 경험(Experience)인가

개인은 미디어가 됨에 따라 모든 판단의 주체가 되었다. 보여주는대로 믿지 않고 정보를 모으고 참조하고 해석하고 판단한다. 이 때 믿을만한 정보의 원천은 나의 경험과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경험이다. 고객은 경험을 자원으로, 정보를 콘텐츠로 생산하고 매개하는 주체, 이 연결을 통해 존재하는 주체다.[7] 서로의 콘텐츠가 연결되어 끝없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우는 세상, 네트워크의 유기적 진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브랜드를 묻는다.

브랜드의 실체는 고객의 경험, 조직(팀)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 환경에서 브랜드의 원천은 더이상 일방향으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컨셉의 구축이 될 수 없다. 대신 고객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앞서 가치를 만드는 과정이 양방향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가치란 더이상 제품 자체에, 액자에 잘 넣어 벽에 걸어놓은 문장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의 작은 경험을 만들면 거기서 브랜드의 씨앗이 시작된다. 관계의 시작이다. 고객의 경험은 가치를 만들고 발견하는 과정 즉 연결이다. 고객의 (참여)행위 없이 존재할 수 있는 브랜드는 없다. 듣는 이가 없고 어떤 연결도 만들지 못한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라는 배달의 민족의 광고 카피는 세상의 모든 경희와 경희 친구들을 불러모았다.[8] 각종 SNS에 경희가 아닌 사람들이 부러워했고 선영이도, 지영이도, 버스 정류장에, 버스에, 페이스북에, 배달의 민족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배달의 민족은 스스로의 브랜드에 대해 배우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작은 실험들이 모여 점점 크게, 하나의 일관된 브랜드를 만드는데 기여한 것이다. 혹자는 고객의 경험이 있기전에 그래도 컨셉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질문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여기서 컨셉이란 회사의, 제품의, 브랜드의 가설일 뿐이다. 고객의 경험은 이 컨셉을 검증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배움이 있을 때, 즉 조직의 경험이 될 때 컨셉이든 철학이든 구체적인 가치로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2. 과정: 메시지의 전달인가, 상호작용인가

이러한 경험의 사이클이 계속될 때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일관된 메시지를 계속 전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고객의 경험을 자원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만든다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언행이 일치하는 일관성이다. 제품이, 회사가, 브랜드가 말한 것을, 아니 말하기전에 미리 행동하는 것이다.

이 일관성은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직도, 구성원도, 모두 일관된 실천의 한 부분이다. 내 집 같은 에어비앤비 업무 공간, B급 코드의 배달의 민족 회의실, 자사 제품을 할인 없이 구매하는 칸투칸의 직원들은 겉과 속이 같은 브랜드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실천이다.

미디어로서 고객은 자신의 경험과의 화학작용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판단하고 전파하며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브랜드와의 신뢰를 쌓아간다. 이러한 신뢰는 구매, 추천 등의 행위로 나타나고 반복된 행위의 결과가 곧 브랜드의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조직, 구성원, 브랜드, 제품, 고객과의 관계가 기존과 완전히 다르게 구성된다.

칸투칸은 2015년 11월 모든 제품의 원가를 전격 공개했다.[9] 온라인 매장의 제품 페이지마다 소비자 가격 대비 생산 원가, 광고비를 포함한 운영 경비가 1원까지 정확히 표시되어 있고 심지어 해당 제품의 누적 판매와 누적 손익금액까지 공개되어 있다. 고객이 상품 페이지에 진입해서 구매로 전환되는 비율은 1.3~1.8%에 달한다.[10]
각 페이지는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고급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상품을 지금까지 구매한 사람이 몇 명이며, 그 고객들은 상품을 입어보고 신어보고 어떻게 평가했는지 보여준다. 쇼핑몰에 리뷰는 약방의 감초처럼 흔한 정보가 되었지만 그 리뷰가 얼마나 정보적인지 그 정도는 다 다르다.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정보와 더 많이 팔기 위한 정보의 노출은 다른 동기, 다른 결과, 다른 관계를 만든다.

칸투칸은 2015년 11월 모든 제품의 원가를 전격 공개했다. 상품 상세 페이지는 마치 투자자에게 바치는 사업보고서 같다.

칸투칸이 원가까지 공개한 것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일이 아니다. 10년 가까이 고객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고 고객이 제품의 기획, 생산, 개선, 유통, 진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직원들은 고객과 동일한 가격으로 자사 제품을 구매하는 칸투칸의 팬이기도 하다. 고객들처럼 평범한 회사원들은 제품 착용샷의 모델이기도 하다.

좋은 품질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온 회사에게 고객은 팬이 되었고 영업사원이 되었다. 고객들에게 정보를 숨기지 않고 겉과 속이 같은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원가를 공개하는 의사결정도 가능했다. 그리고 어떻게 조직이 일하고 있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사무실까지 콘텐츠로 공개·판매하는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고객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정보를 공유 받으면 관여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제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구매했고 어떻게 생각했으며 그 결과 이 브랜드가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보고를 받는 것이다. 신발 하나를 사더라도 마치 투자자가 회사 전체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과도 같은 정보를 공유받는다.

정보는 권력이다. 정보가 공개되고 내 손에서 빠져나갈수록, 정보가 공유될수록 권력도 공유된다. 투명하게 공개하는만큼 서로의 관여도는 높아지고 권력은 분산되며 정보를 공유받는 주체의 통제되지 않는 위험(피드백)을 감수해야 한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단순한 일방향 메시지 전달 정도가 아니라, 상대방의 직간접적 참여(engagement)를 낳을 수밖에 없고 서로의 상호작용에 따라 단순한 판매자-구매자의 관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언행의 일치 관점에서 볼 때 부의 창출이 궁극의 목적이라면 이러한 정보 공개는 불가능할 것이다. 제품의 생산 원가보다 광고비, 마케팅비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면 불가능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는 지켜볼 문제고 비즈니스의 특성에 따라 의사결정은 다를 것이다. 다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방향과 실행은 다를 수 있지만 일관되고 투명한 상호작용의 문제는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

3. 결과: 인상(Impressions)인가 네트워크(Network)인가

브랜드의 원천도, 과정도 다르니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기존의 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 활동의 결과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 이미지, 인상 등이다. 브랜드 저마다의 인상이 고객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구매 의사결정을 할 때 환기된다. 고급스럽고 친근하고 따뜻하고 정직하고 지적이고 믿을만 할 것이다.

그런데 고객이 최종적으로 전달받는 것은 포장된 메시지지만 본래 이것은 당연히 제품과 연결되어 있고, 제품은 다시 생산·유통·판매·구성원과 연결되어 있다. 다만 전통적으로, 전략적으로, 관성적으로 각 구간이 단절되어왔던 것 뿐이다. 아래의 스키마와 함께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쿨해요, 멋져요, 기품이 넘쳐요!”

그동안 조직(organisation), 제품(product), 메시지(message), 고객(customer)간의 넘을 수 없는 경계가 분명히 존재해왔다. 이에 따라 제품과 조직은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 뒤에 숨어 있었다.

이 그림은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 뒤에 숨어 있던,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던 구간들을 표현한 것이다. 왼쪽부터 조직(organisation), 제품(product), 메시지(message), 고객(customer)의 구간이 각각 선형적으로, 병렬적으로 존재한다. 제품의 판매가 목적인 관점에서 보면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중요한 것이지 그것을 만드는 조직과 생산 과정, 유통 과정, 직원, 협력 업체 등의 다른 구간은 메시지 뒤에 숨어 있어도 문제되지 않았다. 식당의 멋진 테이블 뒤의 보이지 않는 주방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고 가려진 것은 당연했다. 지금처럼 훤히 들여다 보이는 주방, 정돈 상태, 쉐프의 손동작이 중요한 콘텐츠가 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제품을 만드는 조직과 구성원, 제품의 재료, 원산지, 생산 방식, 유통 방식까지도 모두 콘텐츠다. 제품을 둘러싼 이야기, 공간, 경험이 곧 브랜드를 만드는 메시지에 포함되고 있다. 삼겹살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다. 간장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다. 장인이 누구인지, 얼마나 행복하게, 진심을 다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가 있다. 오랜 세월 정성과 수고, 집념과 역사가 응축된 간장을 사면 내 요리도 분명 깊은 맛이 날 것 같다. 이렇게 내 식탁은 브랜드의 일부가 된다. ‘배달의 민족’처럼 한걸음 더 나아가 조직 문화부터 제품, 제품의 광고, 고객의 경험까지 일관된 메시지로 브랜드를 만드는 ‘배민다움’[11] 같은 사례는 더욱 그렇다.

2) 네트워크가 된 브랜드

이것은 하나의 증후군이다. 전통적으로 갇혀있던 영역(위 이미지에서 4개의 구간)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의 범위도 하나의 구간에 갇히지 않고 연결되며 확장되며 중심축은 분산된다. 고객의 경험이 브랜드의 자원이 되고 보여지는 나와 숨어있는 내가 일치할 것을 요구받는 시대의 현상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정의하는 틀을 더이상 메시지 전달에 가둬 둘 수 없게 된 것이다. 즉 선한 조직 문화와 착한 제품, 합리적인 가격을 나타내는 콘텐츠들은 단순히 브랜드의 메시지(콘텐츠)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메시지와 고객의 구간을 나누던 경계가 사라진다면, 그러니까 더 이상 메시지 영역에 브랜드가 머무는 것이 아니라면 브랜드는 어디에 있는가?

경계가 허물어진 네트워크에서 각각의 요소는 직접 연결되고 서로를 드러낸다. 고객이 브랜드라는 것은 브랜드가 네트워크라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다.“이야기를 듣는 청중으로서의 내가, 경험을 간증하는 영업사원으로서의 내가, 적용 사례를 만드는 직원으로서의 내가, 오가닉미디어랩의 브랜드다” -2016년 11월 17일 [브랜드는 네트워크다] 워크숍 중에서-

고객, 제품, 조직 등의 활동을 통해 연결된 구조(structure)에 브랜드의 실체가 있다. 브랜드의 실체는 메시지(콘텐츠)에 있지 않고 고객의 행동을 통해 사후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위의 그림에서는 4개의 영역에 갇혀 있던 요소간의 연결이 직접 일어난다. 이 때 연결은 고객을 향한 일방향의 메시지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보여진다. 즉 겉과 속이 같은, 안과 밖의 구분과 경계가 사라진 네트워크의 형태로 나타난다. 생산자, 유통자, 제품, 고객이 연결되고 고객의 경험을 통해 지속된다.

지금까지 브랜드의 문제를 투명성의 관점에서 정의하고 브랜드의 원천, 과정, 결과를 살펴보았다. 고객의 활동을 통해 연결이 만들어지고 끊어지면서 브랜드는 발달, 성장, 진화, 쇠태,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브랜드는 살아 있다. 투명성은 안과 밖이 없는 세상에서, 겉과 속이 같은 나에 대한 청중(고객)의 요구이며 직원으로서, 네트워크를 만드는 주체로서 고객의 활동(개입)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브랜드에 유기성(생명력)이 부여되는 것이다. 투명성은 그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

<갈림 길>


  1. http://www.kantukan.co.kr/
  2. http://www.kantukan.co.kr/shop/mall/prdt/prdt_view.php?pidx=11933
  3. 윤지영, <신뢰란 무엇인가?>, «오가닉 마케팅», 오가닉미디어랩, 2017.
  4. Georg Simmel,  Secret et sociétés secrètes, Strasbourg, Circé, 1991, p.22 (1906년 발표된 영어 원문은 여기).
  5. 한병철, <포스트프라이버시>, «투명사회», 문학과지성사, 2014.
  6. 윤지영,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7. 윤지영, <청중이 나를 정의한다>,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8. 최두선, <“혜수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류승룡, 광고에 팬 이름 직접 넣어 마음 표현>, 비즈엔터, 2014년 07월 20일, http://enter.etoday.co.kr/view/news_view.php?varAtcId=15858.
  9. 임현우, <"1급 비밀 원가도 공개"…새내기 아웃도어의 반란>, 한국경제, 2016년 3월 17일,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31751461.
  10. 2016년 10월 25일 칸투칸과 인터뷰 진행.
  11. 홍성태, «배민다움», 북스톤, 2016.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