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 (Seamless Context)

콘텐츠는 네트워크다

Contents as Networks

매일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으며 매 찰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우리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전문가이고 아마추어인지, 미디어이고 아닌지, 콘텐츠이고 아닌지를 구분하기는 어려워졌다. 의미도 없어졌다. 모두가 생산하고 서로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계다. 매일 만나는 친구들이든 그보다 많은 규모의 사람들이든, 팬이든, 청중이든 간에 소통할 소재가 있다면 도구는 널려있다. 콘텐츠는 쏟아진다.

굳이 방송국 스튜디오로 가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지속적인 ‘온 에어(On air)’ 상태를 살아가고 있다. 보는 콘텐츠에서 만드는 콘텐츠, 보는 시청자에서 출연하는 시청자, 관람하는 경기가 아니라 참여하는 경기(게임 플레이)까지, 콘텐츠의 지형도는 바뀌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며 어떤 관점에서 콘텐츠의 진화를 이해해야 할까? 콘텐츠의 변하지 않는 본질과 진화의 프레임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연결을 만드는 매개체로서 콘텐츠를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본 뒤, 그 유형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정리할 것이다. 콘텐츠의 완전한 해체가 만드는 재구성의 기회, 즉  ‘시공간에 담기는’ 콘텐츠가 완전히 해체되고 네트워크 자체로 진화하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1]. 이 글은 콘텐츠라는 주제로 작성되었지만 콘텐츠라는 용어를 제품, 서비스 등 모든 상품의 유형으로 대체해서 읽어도 무방하다.

출발점: 콘텐츠, 컨테이너, 컨텍스트(3C)

콘텐츠는 미디어를 구성하는 세가지 요소 중 하나다.[2] 다른 하나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인 컨테이너, 또 하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 즉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모든 환경인 컨텍스트다. 콘텐츠의 진화는 먼저 이 두 요소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미디어의 3요소는 미디어의 진화를 해부해서 볼 수 있는 틀이다. 출처: 윤지영,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물리적인 시공간에 갇혀있던 컨테이너의 개념은 이제 해체되었다.[3] 선형적 매스미디어의 종말이다. 콘텐츠를 미디어에 실어서 사용자에게 정해진 시간에, 편성표에 따라 전달하는 관점 말이다. 태양의 후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무슨 요일, 몇시에 어디서’ 보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드라마를 몰아 보며 ‘정주행’을 하든, 모바일로 보든, 혼자 보든, 같이 보든, 원하는 환경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 되었다.

물리적 틀거리가 해체되자 남은 것은 ‘연결을 만드는 구조’ 뿐이다. 물리적 시공간에 갇혀있을 때는, 그래서 우리의 사고마저 그 안에 갇혀 있을 때는 컨테이너 외부와의 연결이 중요하지 않았다. 예컨대 웹콘텐츠는 지상파에 범접할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은 존귀했고 정해진 시간에 몇 명이 봤는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유튜브, 바인, 마리텔, 심지어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 엑스레이(X-Ray)[4] 등에서는 주어진 콘텐츠 자체보다 무엇이, 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연결될 것인가가 가치를 결정한다. 틀(Container)이 아니라 연결(Connection)이 결정한다.

책이라는 물리적 컨테이너를 해체하면 연결의 컨텍스트가 보인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컨텍스트는 콘텐츠의 생사를 결정한다.[5] 책이라는 컨테이너를 그릇(physical container)으로만 보면 컨텍스트는 별로 할 일이 없다. 페이지가 잘 넘어가고 가볍고 손에 잘 쥐어지며 글씨도 적당하면 된다. 그런데 연결을 만드는 구조(structural container)[6] 관점에서 보면 모든 실질적 연결을 컨텍스트가 만든다.[7]

예컨대 위의 그림에서처럼 책의 저자, 같은 책을 읽는 독자, 그 독자의 밑줄, 단어에 연결된 사전, 이 책으로 만든 영화, 그 예고편 등 컨텍스트가 허락한다면 모든 콘텐츠는 무한히 연결될 수 있다. 물리적 틀걸이에서는 담기면 끝이지만 연결의 컨텍스트에서는 콘텐츠가 유기체다. 연결에 끊김이 없을 때 콘텐츠는 계속 살아서 진화하고 연결이 끊긴 콘텐츠는 도태되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콘텐츠의 정의: 노드, 링크, 네트워크

문제는 이 연결을 만드는 주체가 시청자, 관객, 사용자라는 것이다. 그러니 기능만 만들어 놓고 연결이 저절로 이뤄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청자, 관객이 어떻게 연결의 주체가 되면서 콘텐츠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이를 통해 연결된 세상의 콘텐츠의 본질을 단계별로 정의하는 시간을 갖겠다.

1. 콘텐츠는 노드다

첫째, 사용자가 공감하고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모든 ‘거리(매개체)’가 콘텐츠다.[8] 다른 말로 하면 미디어 즉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 하나하나가 콘텐츠인 것이다. 아프리카 TV의[9] BJ ‘춤추는곰돌[10]은 콘텐츠가 전달할 내용물에서 연결을 만드는 노드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서사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11] 그는 매주 토요일 홍대에서 댄스 공연을 연다. 본인이 팀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지만 팬들이, 관객들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고 아프리카TV를 통해 생방송된다. 벌써 6년째다. 춤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없다는 그가, 섹시한 걸그룹과는 거리가 먼 그가 어떻게 지금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을까? 전통적인 공연 콘텐츠와 무엇이 다른가?

사용자가 공감하고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모든 ‘거리(things)’가 콘텐츠다. 즉 연결의 대상이자 연결을 만드는 노드가 콘텐츠다. (유튜브 영상 화면 캡쳐 (https://www.youtube.com/watch?v=AokmEt8o2GE))

여기서는 팬이, 관객이 주인공이다. 나와 다른 외계인(연예인)의 공연을 수용하는 관객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춤추고 참여하고 즐긴다. 관객과 주인공 사이에 그어져 있던 금이 없어졌다. 이 광경 그대로가 콘텐츠다. 곰돌을 매개로 연결된 느슨한 커뮤니티는 스스로 주인공이자 매개자, 서로를 연결하는 노드로 작용한다. 방안에서도 그렇다. 실시간으로 화면 너머의 아이들과 빛의 속도로 자판을 두드린다. 채팅 역시 매개를 만드는 중요한 노드다. 곰돌은 공연과 참가자들을 리드하는 또 다른 매개자일 뿐이다.

방송은 무대 밖에서도 계속된다. ‘잉여롭게’ 집에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다가 실시간으로 고발하기도 한다. 성추행범을 쫓는 무한도전(?)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돌발 상황은 그대로 콘텐츠가 된다. 고등학교 여학생 팬에게 햄버거를 직접 배달해주는 미션도 수행한다.[12] 학교에 등장하자 “와! 곰돌님이다” 라고 외치며 학생들이 쫓아 오지만 사실 주인공은 학생들 자신이다. 그들의 반응이 진짜 스토리다. 햄버거 미션의 주인공도 그렇다. 실제 영상을 이끌어가는 것은 주인공의 친구들이다. 교실에 모여 들어서 “맛있겠다”, “부럽다”라고 유쾌하게 소리치고 반응하는 친구들이 사실은 콘텐츠다.

일방향 콘텐츠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가 미디어 즉 콘텐츠의 주체로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관객이 주인공, 매개자가 되는 순간 시청은 소비가 아니라 능동적인 놀이가 된다.

2. 콘텐츠는 링크다

아래 이미지는 다양한 노드가 연결되는 과정을 스키마로 표현한 것이다. 이들의 참여가, 출연이, 목소리가, 달리기가 특별한 이유는 친구들이, 친구의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대에 등장한 곰돌(A)은 혼자가 아니다. 팬들, 관객들(B)과 함께 출연한다. 둘러서서 구경만 하는 사람(C)도 공연을 만들고 이 광경을 스마트폰으로 구경(D)하는 사람들도 역시 콘텐츠를 만든다. 영역을 확대해서 보면 친구(B)가 춤추는 것을 구경하는 다른 친구(E), 이런 영상을 유튜브에서 좋아하고 링크를 다시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사람들(F)까지 끝도 없이 계속될 수 있다.

스키마에 등장하는 모든 노드들(매개자들)의 연결 행위는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된다. 춤을 추고 구경하고 채팅하고 좋아하고 공유하는 행위는 모두 연결된 관계를 포함하고 있다. 내 친구가 연결해준 링크와 공연물 자체는 분리되지 않는다. 내 친구가 등장한 공연물, 내 친구가 먼저 본 공연물, 내 친구와 함께 공감한 공연물이라는 사실이 영상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결 관계가 콘텐츠에 가치를 부여한다. 링크가 곧 콘텐츠다.

참여하고, 구경하고, 공유하는 등 모든 연결 행위(의 결과)도 콘텐츠다. 즉 노드와 노드를 연결하는 링크도 콘텐츠다.

각각의 (노드로서의) 콘텐츠는 ‘연결된 관계’가 없으면 가치가 없다. 페이스북에서 본 친구의 점심 식사가 특별한 이유는 ‘나의 친구’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백날 맛집 사진을 올린들 내게 무슨 감흥이 있겠는가. 언론사 어플이 내게 푸쉬해주는 기사가 아니라 친구가 공유해준, 즉 ‘친구와 연결된’ 기사가, 친구의 생각이 들어있는 기사가 우리에겐 더 가치 있다.

물론 이 링크가 반드시 친구 관계처럼 강한 연결(strong tie)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들을 위한 라이브 플랫폼 ‘빔인터렉티브(Beam Interactive)’[13]는 왜 링크 자체가 콘텐츠인지 또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프로게이머들의 게임 화면은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 중 하나다. 그런데 내가 팔로우하는 게이머의 게임을 관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프로게이머는 매개자가 되고 모든 관객이 함께 하나의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14]

Beam Interactive에서 중계하는 라이브 방송에서 2016년 5월 6일 화면 캡처.

게임 경기중에 수많은 사람들의 행위(의사결정)가 동시에 일어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결정한 행위가 실제 플레이에 반영된다. 커뮤니티가 만들어가는 경기다. 여기서 콘텐츠는 무엇인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만, 프로게이머의 플레이만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

아래 도식에서 보면 내가 팔로우하는 게이머 A는 영상에 등장하지만 나(B)는 화면(물리적 프레임, 물리적 컨테이너)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팔로우한다는 사실 자체, 내가 지금 플레이를 보고 있다는 자체도 플레이 영상을 더욱 긴박하고 생동감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동시 접속자 숫자도 콘텐츠의 가치에 기여한다. 나와 같은 관객인 C와 D도 플레이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경기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참여자다. 물론 게임에 플레이어로 직접 참여를 하든 안 하든 대화는 실시간으로 끝없이 계속된다.

여기서 ‘팔로우하다’, ‘플레이하다’, ‘채팅하다’라는 링크는 모두 중요한 콘텐츠로 작용한다. 이 라이브 방송 플랫폼이 특별한 이유는 이들의 참여가 있기 때문이며, 여기서 참여란 플레이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관객들이 각자의 방에서, 지하철에서, 그러나 하나의 플레이로 연결되어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 즉 ‘연결(된 상태) 자체가 콘텐츠’인 것이다.

위의 동영상 화면을 링크를 중심으로 구조화한 도식이다.

3. 콘텐츠는 네트워크다

결국 게임 영상, 공연 영상, 돌발 영상 등과 같은 노드는 개인들의 참여를 통해 생성되는 링크와 분리될 수 없다. 이 링크 없이는 노드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연결은 일회적이고 수명은 짧을 것이다. 태양의 후예, 하우스 오브 카드 등과 같은 전통적 포맷의 콘텐츠와 달리 이들은 연결된 관계를 통해 다른 가치를 생산한다.

그 결과는 네트워크로 나타난다. 콘텐츠란 이 네트워크와 분리되지 않는, 네트워크의 일부 즉 네트워크 자체다. 중요한 것은 이 네트워크가 반드시 직접 연결만 포함할 필요가 없고 무한히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노드도 콘텐츠이고 링크도 콘텐츠라면 콘텐츠는 네트워크 자체다.

네트워크로 확장해서 보면 춤추는곰돌의 공연에는 직접 노드와 링크만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연결된 음악, 그 음악을 만든 사람, 부른 가수, 그 음악이 수록된 앨범, 누군가의 음악 재생 목록 등 끝이 없을 것이다. 춤추는곰돌이 미션을 수행하러 간 고등학교의 학생들, 그들이 즐겨 보는 영상, 듣는 음악, 이벤트 등 마찬가지다. 잠재적 링크는 참여자들의 행위를 통해 언제든지 발현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를 실제로 지도처럼 도식화해서 정보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전통적 콘텐츠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엑스레이(X-Ray)‘가 그렇다.[15] 동영상을 시청하는 중에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음악, 줄거리 등과 관련된 정보를 보조 화면(스마트폰 등) 또는 해당 화면(TV)에서 볼 수 있다. 일종의 투시도다.

단순히 영상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처럼 입력해놓은 것이 아니라 모든 유형의 정보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 나오는 배우가 이전 에피소드에서는 어디서 등장했었는지, 어떤 작품에 출연했었는지 확인한다. 지금 영화에서 울려 퍼지는 OST를 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내가 이 순간 관심을 갖고 있는 그 정보를 중심으로 관계도는 재구성된다. 연결된 모든 정보는 다른 컨텍스트로 전환된다. 사용자 경험(UX)의 연결이다.

아마존 비디오는 동영상, 음악, 장면, 배우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다. X-ray를 이용하여 여행할 수 있다. (이미지: 태블릿 PC에서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를 보던 중 X-레이가 활성화된 장면을 찍은 것이다.)

정보의 가치는 데이터로 축적되었을 때가 아니라 사용자의 행위로 연결되었을 때 존재하는 것이다.

연결 관점에서 본 콘텐츠의 4 유형

여기까지 콘텐츠의 본질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정리했다. 이제는 같은 관점으로 콘텐츠의 유형을 나누어 보자.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에 접근하는 과정에 발견이 있다. 보이지 않는 본질을 시각화하기 위해 2가지 축을 사용하여 콘텐츠를 유형화했다. 첫째 어떤 컨테이너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 둘째 어떤 컨텍스트를 만드는 가로 콘텐츠를 구분했다.

우선 Y 축은 물리적 컨테이너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 구조적 컨테이너(콘텐츠의 연결 구조, 연결 방식이 컨테이너를 규정)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로 나누었다. 그러므로 디지털이냐 아니냐는 기준이 아니다. TV의 콘텐츠를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왔다면, 하이퍼링크 하나 없이 종이책을 그대로 전자책으로 옮겨오는 발상이라면 물리적 컨테이너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X 축은 컨텍스트다. 콘텐츠를 경험하는 컨텍스트가 소비를 위한 것인가, 연결을 위한 것인가로 나눌 수 있다. 유기체로서의 콘텐츠는 컨텍스트를 통해 생성, 연결, 소멸의 과정을 겪는다. 연결을 만드는 컨텍스트가 제대로 발현된다면 사용자, 시청자, 관객은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Seamless Context)’를 경험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이들의 소비는 곧 연결행위로 전환된다.

컨테이너(물리적-구조적 컨테이너)의 축과 컨텍스트(소비-연결의 컨텍스트)의 축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사분면의 유튜브는 MCN 관련 콘텐츠에 사례를 국한하여 위치시킨 것이다.

물리적 컨테이너와 소비의 컨텍스트

3사분면에는 가장 전통적인 방송 매체, 인쇄 매체, 게임 등이 속할 것이다. 예를 들어 HBO는 나와 같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 회사다. 그러나 HBO는 물리적 컨테이너와 소비 관점에 머물러 있다. HBO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선형적인 소비의 과정이다. 다음에 무엇을봐야 할지 알려주기는커녕 나처럼 줄거리를 잘 이해하지 못해 앞 장면으로 자주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리모컨을 자주 던지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콘텐츠는 완전히 단절된 컨테이너 안에 존재한다. 그 안에서 훌륭한 작품을 잘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장인정신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콘텐츠와 연결된 컨텍스트의 확장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HBO의 비즈니스는 3사분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물리적 컨테이너와 연결의 컨텍스트

같은 사이즈, 같은 포맷의 드라마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넷플릭스는 완전히 다른 DNA의 회사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4사분면의 넷플릭스는 연결을 만드는 컨텍스트에 비즈니스의 기반을 두고 있다. ‘이제 다음에 뭐 보지?’ 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훨씬 적다. 사용자 행위를 기반으로 하여 연결된 콘텐츠를 추천하고 사용자의 컨텍스트가 끊기지 않고 연결되는 방안을 고민한다.

한편으로는 이 작은 연결고리들을 전통적 의미의 콘텐츠와 비교하면 사소하고 보잘것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소한 링크들이 계속 쌓여 3사분면의 비즈니스 사이즈를 훨씬 넘어서도록 만든다.

구조적 컨테이너와 소비의 컨텍스트

이에 반해 위에서 언급한 노드, 링크로서의 콘텐츠는 대부분 2사분면에 위치한다. 물리적 컨테이너의 제약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들이다. 웹과 TV 등 이종의 컨테이너를 연결시키는가 하면, 시청자의 참여가 아예 콘텐츠 전체를 이끌고 가기도 하고, 이를 통해 기존과 완전히 다른 가치를 생산한다. 마리텔, 각종 MCN 유형,[16] 참여형 라이브 게임 중계, 72초TV, 심지어 우리 모두가 생산하는 일상의 라이브 방송이 모두 2사분면에 속할 것이다.

구조적 컨테이너와 연결의 컨텍스트

1사분면은 콘텐츠의 단위가 더 잘개 쪼개지고 컨테이너도 더 유연하게 연결되는 유형을 말한다. 2사분면에서 살펴본 콘텐츠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 콘텐츠가 귀속된 컨테이너 자체는 더 가볍게 쪼개지고 얼마든지 서로 연결되며 유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17]

연결을 만든다면 심지어 영화 제목 하나도, 한 줄의 줄거리도 컨테이너다. 콘텐츠를 연결하는 하나의 구조다. 이것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적이고 물리적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완전한 해체와 재구성의 유연함이 필요할 것이다.

방송 영역에 국한시켜 보면 아직까지 1사분면의 대표적인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페이스북 라이브가 개인, 전통 언론, 써드파티(3rd party),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실험[18]을 꾸준히 확장한다면 사례가 될 수도 있겠다.[19]

지금으로서는 아마존의 비즈니스(서비스)를 위치시켰다. 아마존 뮤직을 비롯하여 지속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엑스레이, 킨들 서비스 등은 콘텐츠가 완전히 해체되고 사용자(의 행동)를 통해 유기적으로 재구성되는 비즈니스의 전형이다.

음악시장은 동영상시장과 사용자 경험은 다르지만 콘텐츠의 진화를 입증했다. 외롭게 존재했던 앨범은 해체되어 재생 목록으로 무한히 연결되고 있다. 사용자 행위가 앨범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사용자 경험은 다르지만 음악 시장은 이와 같은 콘텐츠의 진화를 이미 입증했다. 14곡을 수록한 앨범(컨테이너)은 낱개로 해체되었고 아이튠즈는 곡을 하나씩 구매할 수 있게 했고 저작자(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했다. 사용자는 여러 가수의 음악을 장바구니에 담고 월정액으로 원하는 음악을 듣고 플레이 리스트를 만든다. 구조적인 컨테이너를 스스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렇게 연결된 곡과 사용자 자신도 하나의 번들이다.[20] 아마존 뮤직이 추천하는 ‘이 연주자의 다른 앨범’, ‘이 앨범을 들은 사람들이 들은 다른 앨범’ 목록은 사용자의 컨텍스트에 따라 유기적으로 구성되는 컨테이너다. 음악과 연주자, 작곡가 등의 콘텐츠의 연결된 관계가 오직 사용자의 소비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콘텐츠의 진화를 노드, 링크,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유형을 4가지로 정리했다. 콘텐츠의 본질을 이해했다면 이제 컨텍스트의 본질을 보다 깊게 파헤칠 차례다. 콘텐츠의 연결과 진화는 끊어지지 않는 컨텍스트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종의 콘텐츠와 정보, 데이터가 해체되고 사용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무한대로 연결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컨텍스트는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다음 글의 주제다.

<갈림 길>

 


  1. 콘텐츠의 개념적 정의에 대해서는 «오가닉 미디어»에서 먼저 다루었다.
  2. 윤지영, <미디어의 3 요소>,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3. 윤지영, <컨테이너의 숨겨진 쟁점의 이해>,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4. David Pierce, "Amazon’s X-ray shows movie info whenever you hit pause," Wired, Apr 13, 2015, https://www.wired.com/2015/04/amazon-xray-fire-tv/.
  5. 윤지영, <컨텍스트에 답이 있다>,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6. 윤지영, <컨테이너의 숨겨진 쟁점의 이해>,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7. 윤지영, <컨텍스트란 무엇인가?>, «오가닉 마케팅», 오가닉미디어랩, 2017.
  8. 윤지영, <콘텐츠의 재정의와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9. 이 글은 아프리카TV의 사례연구를 목적으로 쓰여지지 않았다. 네트워크 관점에서 콘텐츠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적절해 보이는 콘텐츠 사례를 택한 것이다. 아프리카TV, MCN 시장, 페이스북 라이브 등 1인(개인) 방송 콘텐츠 관련 시장의 지형도, 수익모델 등의 이슈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으며 (영상 콘텐츠를 예시로) 콘텐츠의 정의, 유형, 가치를 알아보는데 집중했음을 일러둔다.
  10. https://www.youtube.com/user/rlaquf0130
  11. 미디어오늘 차현아 기자의 기사 '무한도전 '유재석'보다 아프리카TV BJ를 찾는 이유'가 이 글의 줄거리 전개에  큰 도움이 되었다.
  12. https://www.youtube.com/watch?v=X1iHko2yf2A.
  13. https://beam.pro/
  14.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유튜브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VGS7Bm7OpqA)을 참고.
  15. Romain Dillet, “Amazon Expands X-Ray Feature To TV Shows On Kindle Fire And Wii U With Data From IMDb,” TechCrunch, Mar 27, 2013, https://techcrunch.com/2013/03/27/amazon-expands-x-ray-feature-to-tv-shows-on-kindle-fire-with-data-from-imdb/.
  16. 여기서 MCN(Multi Channel Network)은 일종의 '대명사'로 사용되었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방송국, 제작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유형의 비즈니스를 포함시켜 사용했다.
  17. 윤지영, <컨테이너의 숨겨진 쟁점의 이해>,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18. Anthony Ha, "Facebook Live opens to developers, starting with Livestream, DJI and others," TechCrunch, Apr 12, 2016 by , http://techcrunch.com/2016/04/12/facebook-live-api/.
  19. 심재석, <페이스북 라이브, 아프리카TV를 위협할까>, 바이라인네트워크, 2016년 4월 16일,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059505&memberNo=3881747.
  20. 노상규, <수익 모델의 3P>, «오가닉 비즈니스», 오가닉미디어랩,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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