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연결의 산물 (Outcome of Connections)

연결된 세상의 협업, 새로운 관계의 시작

Organic Collaboration

아침이다. 스마트폰이 나를 깨운다. 따뜻한 이불속에서 실눈을 뜨고 밤새 도착한 알림을 확인하면서 겨우 잠을 깬다. 오늘은 우버를 타고[1] 광화문으로 갈 작정이다. 김기사[2]를 켜고 일단 도로 상황부터 확인한다. 아마존 에코로 거실에 음악을 틀고 커피도 내리고 빵도 구우면서 차를 기다린다. 오늘은 별점 4.9점에 빛나는 K7 기사님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3분 후 도착’ 표시를 보고 엘리베이터를 부른다.

회의를 하는 동안 알림이 울린다. 현관 문이 열렸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에 오시는 도우미님이 1시 46분 현재 집에 도착하셨다는 뜻이다. 방에서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와 거실을 동영상 촬영하는 ‘카나리(Canary)[3]를 ‘프라이빗 모드’로 수정해놓고 집에 계시는동안은 알림이 멈추도록 설정한다.

현관문과 방들에 부착 ‘스마트씽스( SmartThings)’의 센서들이 외출 중인 나에게 공간의 변화를 보고한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과의 저녁 식사가 있다. 사실 얼굴을 안봐도 소식은 대충 알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말없이 눈팅과 ‘좋아요’로 수없이 만났으니까. 와인, 음악으로 시작된 수다가 끝이 없다. 음식을 먹기 전에 기도처럼 사진을 찍고 각자의 SNS에서 실시간 이야기도 나누면서 모임이 깊어간다. 이제 인증샷도 한장씩 찍으니 헤어질 시간이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쓰다듬으니 문을 열어준다.[4] 사실은 내 가방속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집주인이 온 것을 인지한 것이지만 일단 사용자 경험은 이렇다.

문제의 정의

이 평범한 하루는 내 협업(collaboration)의 기록이다. 회의하고 대화를 나눈 것이 협업이라는 것이 아니다. 매 찰나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일거수일투족이 다 협업이라는 뜻이다.[5] 어째서 이메일, 메신저 등 협업 도구를 사용하여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하는 업무 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모든 순간이 다 협업의 과정이라고 단언하고 있는가?

사회학적으로 협업의 형태는 그 시대의 사회적 관계를 대변해왔다. 협업은 한 사회의 조직과 개인, 공동체, 제도 등이 동시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나타난다. 종교 공동체의 협업, 대기업과 같은 비즈니스 조직에서의 협업, 개인의 업무와 프로젝트 중심의 원거리 협업 등 셀 수 없이 많은 협업의 종류와 방식이 공존하고 붕괴되고 진화해왔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가치 생산 방식의 진화, 기술의 진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진화,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 관계 및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 단락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협업의 형태가 연결된 세상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모든 연결된 개체, 환경, 관계가 만드는 무의식적 협업의 과정, 즉 일상생활과 구분되지 않는 협업의 과정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왜 전통적 협업의 정의를 넘어서는 관계의 확장이며 가치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출현인지 짚어볼 것이다. 그 결과 어떻게 나와 타인, 사물, 환경, 자연, 공간이 하나의 유기체로 점차 연결되고 있는지 오늘날의 현상을 정리하겠다.

전통적 협업의 목적과 동기

일반적으로 “협력(cooperation)은 참여자들이 만나는 것으로 이익을 얻는 교환 관계”[6] 또는 “한 개인이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부담하게 될 때 이루어지는 것”으로 정의된다[7]. 공유된 이익이든(“working with others to do a task and to achieve shared goals[8]) 각자의 이익이든, 협업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노동과 비용(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투입되는 나의 노동과 비용 대비 협업의 이익과 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협업의 동기(motivation)는 여기서 생성된다.

협업의 여러 유형은 공존한다. 인간관계의 유형만큼, 조직의 유형만큼, 도구(인터페이스)의 유형만큼 수많은 협업이 존재할 것이다. 사무실에 모여서든, 온라인 공간이든, 각종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우리는 협업한다. 발레, 연극 등 한번의 무대 퍼포먼스를 위해 작가, 안무가, 의상 디자이너, 배우, 연주자는 협업한다. 학자들이 학제간 연구를 위해 협업한다.

공통적인 특성은 일정 기간동안, 일정 공간에서 (물리적이든 아니든), 공유된 이익을 위해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조율하고 나만큼 다른 협력자들도 비용과 노동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암묵적 기대가 있다. 협업을 위한 모든 활동은 거래(transaction) 관계라 할 것이다. 우리는 인증샷을 올리면서 그 식당이 어디고 맛은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인들의 관심(attention)을 받는 대신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노동도 덧붙인다.

위키피디아도 마찬가지다. 내 시간을 희생하여 선의의 도움을 주거나 개인의 목적(명성 등)을 위해 협업을 하고 그 결과 방대하고 정교한 공짜 사전을 나눠 가진다. 각자의 공간에서 노동을 하지만 서로 동일한 규칙과 인터페이스를 따라 조직화되며 공유된 가치(사전)를 생산하고 재미, 정체성, 보람 등의 보상을 받는다.[9]  그 밖에 깃허브(Github) 등 오픈 소스를 매개로 한 프로그래머들의 협업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통적 협업의 약화

지금의 수평적이고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협업은 역사적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진화해왔다. 교회는 전통적인 협업의 대표 사례다. 사제와 신도라는 위계, 공동체의 제도 하에서 주어진 역할, 의례(ritual) 등이 행해지고 이에 따라 구성원들간의 관계도 정해진다.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함께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계, 관료, 역할 분담을 반영하는 조직도가 존재하고 각 팀별, 부서별 과제와 평가의 규칙이 있다.

물리적 재화를 잉여 생산해서 상인들을 통해 판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이 발전하여 대량 생산, 대량 유통, 대량 소비를 만들어 왔다면 이것을 위한 최적의 협업 방식이 조직을 지배해왔다고 볼 수 있다. 상품 복제가 쉬운 생산 방식, 절차, 분업, 출퇴근 시간, 관료적 제도 등이 곧 협업의 방식으로 채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공장에서 복제되는 물리적 재화보다 가치를 복제할 수 없는 창작물, 폐쇄된 정보보다 그 연결 규모가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자 생산을 위한 절차와 분업보다 합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루종일 미팅에 불려다니다가 정작 업무는 야근으로 이어진다.

재택 근무, 프리랜서, 1인 기업,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현상은 이와 같은 가치 생산 구조의 변화, 이에 따른 전통적 협업의 한계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어디에서 일을 하든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가 원하는 시간에 일한다. 대신 서로의 업무를 알고 있고 정보는 투명하다(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24시간 가능해지고 연결은 지속적이다. 책임도 분산된다. 평생 직장의 개념도 없어졌다.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다.

이러한 협업의 변화는 16~17세기 초에 일어난 길드(guild)의 혁신 패턴과 매우 유사하다. 사회학자 리차드 세넷은 그의 책 «투게더»에서 어떻게 종교적 권위, 조직의 위계 관계가 약화되는 반면 기술적 발명과 연구, 실험 등이 이뤄지던 길드에서 협업의 혁신이 일어났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10]

이 무렵부터 길드는 실험실, 연구실, 지금의 스타트업처럼 운영되기 시작했다. 사용보다 발명이 먼저 발생했다. 어디에 쓰일지는 나중에 결정되는 것이다. 우연한 발견, 신기한 발견 등을 서로 인정하고 의미를 찾기 위해 작업실 안에서의 대화는 더욱 중요해졌고 커뮤니케이션은 점차 협업의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계속되는 실험과 토론, 공유 등을 통해 가치를 발견해내는 과정은 기존의 협업을 대체하기에 이른다. 물질 생산 중심의 분업과 위계를 통한 공식적 인정(신뢰) 절차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과 대화(dialogic) 중심으로 협업이 진화하게 된다. 반대로 기존의 잉여 생산을 위한 관리, 생산성을 위한 절차적 실행, 품질에 대한 커뮤니티의 인증 등은 점차 힘을 잃게 된다.[11]

유기적 협업의 진화

협업의 방식은 진화했지만 여기까지는 나의 노동과 비용이 필요한 의식적 협업이다. 철저한 분업과 위계에 따른 협업이든,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수평적 협업이든 방식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그런데 지금의 연결된 환경에서 협업의 기준점이 달라지고 있다. 정보재 중심, 연결에 따른 가치 생산, 심지어 현관문, 사물, 공간까지 서로 연결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환경이 구성됨에 따라 가치를 만드는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치를 만드는 방법이 생산에서 연결로 이동함에 따라, 협업의 개념과 방식도 이 변화를 따라가게 된 것이다.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연결된 상태의 우리는 누구나가 협업을 지속하는 상태가 되었고 이에 따라 상호작용, 거래의 습관, 의례(관습)이 변화하고 신뢰와 같은 사회관계를 만드는 원리도 통째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 협업의 전제는 이 과정에서 무력화된다. 더 이상 반드시 노동과 이익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서는 협업의 ‘동기’를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협업의 ‘과정’이 이뤄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협업하고 있다.

전통적 협업의 전제는 이 과정에서 무력화된다. 더 이상 반드시 노동과 이익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서는 협업의 ‘동기’를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협업의 ‘과정’이 이뤄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협업하고 있다.

나와 타인은 직접 거래(상호작용)를 하지 않더라도 유기적 네트워크에 묶여 ‘지속적’ 협업을 수행 중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의 모든 행동이 이제 데이터로 연결되고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생산한다. 우리는 철저하게 미디어(매개자)로 존재하며 링크를 만드는 모든 종류의 행위는 행함과 동시에 모두 협업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일상의 협업’ 현상이다. 전통적 협업의 속성을 여전히 띄면서도 별도의 희생과 노동없이 협업의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생겨난다. ‘리캡차(reCaptcha)‘는 일상의 무의식적 협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12] 우리는 회원가입 단계의 인증을 위해 키보드를 치지만 이 때 입력한 단어는 고서의 디지털화에 이용된다.[13] 즉 내 사용 행위(usage)가 협업의 결과가 된다.

캡차: 회원가입 등의 컨텍스트에서 컴퓨터는 알아보기 어려운 문자열을 보여주고 인증 대상이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식별해내는 프로그램

구글의 검색도 유사하다. 우리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읽을 뿐이다. 그러나 어떤 검색어를 순차적으로 입력하고 어떤 검색 결과를 선택했는지, 그 링크를 따라간 다음 다시 구글로 돌아왔는지 등 우리의 이동 경로는 구글의 페이지랭크 네트워크를 최적화시키는데 온전히 사용된다. 우리의 모든 의식적, 무의식적 행위가 모두 협업의 과정이다.[14]

다만 이 경우는 입력한 사람간의 관계도, 어디서 어떻게 입력했는지도 (아직까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까지만해도 우리는 협업에 참여했지만 네트워크의 실제 노드로 작용하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반면, 사물 인터넷 세상에서는 모든 행위는 연결을 낳고 이 연결은 반드시 협업으로 전환될 씨앗을 낳게 된다. 여기(완전한 연결 상태)서는 모든 것이 동시적(synchronous)이다. 작용(action)은 반드시 상호작용(interaction)을 낳는다. 미디어로서 우리는, 하나로 연결된 유기적 네트워크의 노드로 온전히 전환된다.

연결이(을) 만드는 협업의 가치

이 (상호)작용은 전기에 감전되는 것 같이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다. 맥루한이 전기 미디어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 맥락과도 같다.[15] 그러므로 이렇게 순서가 뒤바뀐 환경 즉 관계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가 관계를 만드는 환경은 기존의 사회관계에 일종의 변이(mutation)를 가져오게 된다. 유기적 협업의 증후군을 띄고 있는 몇가지 사례를 짚어보자.

1. 실시간 통신원 네트워크

우버는 연결 비즈니스의 대표 사례다.[16] 운전자-승객의 거래 관계는 돈을 주고 받으며 발생하지 않는다. 당연히 요금을 지불하지만 미터기도 없고 지갑을 꺼낼 일도 없으니 인터페이스 즉 지불과정을 서로 인식하지 못한다. 반면 서로 평판(별점)으로 묶인 협업 관계가 실물 관계를 대신한다.

모든 차량의 위치는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어제 아침 정확한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누를 수 있었던 것은 GPS 센서를 통해 차량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내 어플리케이션에 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시간 데이터는 고객-승객간의 연결(우버로 연결된 커뮤니티내의 협업)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주로 확장될 수 있다.

도시의 모든 차량이 동일한 방식으로 서로의 위치, 교통을 중계한다면 어떨까? 우리가 돌아다니면서 실시간으로 생산하는 데이터 자체가 되는 것이다. MIT에서 싱가폴을 배경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우리의 상상을 도와준다.[17] 싱가폴의 택시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 기존에 운행되는 차량의 1/3 정도면 기존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차량 유지비, 보험비, 운전자의 노동 등을 감안해서 서비스를 선택하겠지만 그 결과 우리의 소비(이용) 행위는 협업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싱가폴의 택시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 차량 20만대가 운행될 경우 예약부터 탑승까지 3분이내, 교통혼잡 시간에는 도시에 30만대의 차량이 있으면 15분 이내에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K Spieser, K Treleaven, et al., Toward a Systematic Approach to the Design and Evaluation of Automated Mobility-on-Demand Systems: A, Case Study in Singapore, MIT, 2014 (Figure: Average wait times over the course of a day, for systems of different size)]

2. 모든 개체의 노동 네트워크

앞으로는 길을 걷고 운동을 하고 음악을 듣고 화분에 물을 주는 일상의 하찮은 모든 행위들이 협업이 될 것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있지만 센서들의 노동에 기반한 협업은 영향 범위를 크게 확대할 것이다. 우리가 입고 소지하게 될 각종 센서들, 집과 공공 장소, 거리에 탑재되기 시작한 각종 센서들은 서로 소통한다. 협업을 하는 노드의 범위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연결된 개체들로 확대되는 것이다.

현관 문에 달린 잠금 장치, 소중한 물건에 붙인 스마트 태그 등은 유기적 협업이 왜 사물 인터넷의 동력이 될 것인지 보여준다. 현관의 잠금 장치는 연결된 경비원이다. 잃어버린 물건에 부착된 태그는 서로 협업한다. “지갑을 찾아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받을 필요도, 내 시간을 쪼개어 정의로운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볼 필요도 없다. 센서가 센서를 인지한다. 내 어플리케이션의 노동이 협업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18]

센서들의 협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데이터화(Datafication)가 필요하다. 수많은 기록에서 의미있는 정보(Informatization)를 만들고 사용자의 상황에 맞게 가치추출 및 전달(Contextualization)하는 과정이 있어야 협업 네트워크가 가능하다.

앞선 단락에서 언급한 테슬라의 ‘플릿 러닝(Fleet Learning)’도 일상의 협업의 전형적인 사례로 다시 볼 수 있다. 테슬라 차들은 8대의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을 이용하여[19] 주행 및 지도 데이터를 수집할 뿐 아니라 그림자 모드(shadow mode),[20] 즉 오토파일럿을 끈 상태에서는 마치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수집한다(datafication). 이러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를 향상한 후(informatization), 이를 자동으로 업데이트(OTA update)하여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다(contextualization).

테슬라의 완전 자율 주행 데모 영상. (https://www.tesla.com/videos/autopilot-self-driving-hardware-neighborhood-long)

여기서 운전자들은 단지 자신의 목적지로 직접 또는 오토파일럿으로 운전할 뿐이지만 모든 테슬라 운전자를 위해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고, 주행 및 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같다. 모든 운전자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 협업과는 달리 유기적 협업은 참여자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다. 여기서는 규모가 협업을 만든다. 교통, 방범, 보험, 사물, 통신 등 비즈니스의 경계 없이 노드가 이어질수록 유기적 협업의 영향력은 폭발할 것이다. 여기서는 미디어로서 우리의 역할이 소비자로서의 나를 압도하게 된다.

3. 블록체인과 거래 네트워크

유기적 협업이 없으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도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메커니즘이 그렇다.[21]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암묵적 약속이나 도의적 책임을 기반으로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블록체인 메커니즘은 서로의 돈을 안전하게 거래하고 지켜주는 거대한 신뢰 네트워크를 만든다. 공동의 목적이 존재하는 대신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매개자와 매개의 결과만이 존재한다.

누군가를 믿고 말고 할 필요도 없다. 거래가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네트워크가 진화하게 된다. 여기서의 협업은 대단한 결심이나 목적지향적 수단이 아니다. 채굴, 거래 등 모든 참여 행위가 곧 협업이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자세한 원리는 이어지는 글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우리, 하나의 협업 유기체

지도 서비스, 사물 인터넷, 자동차, 블록체인의 가치는 참여자들의 협업이 만든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센서, 자동차라는 제품은 이 협업이 무의식적으로, 지속적으로, 끊김이 없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들일 뿐이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개체의 협업이 만드는 링크없이 이 장치들의 가치는 보잘 것 없다.

우리의 모든 행동(action)이 반드시 상호작용(interaction)을 유발한다는 것은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의 법칙이다. 1:1의 단절되고 폐쇄된 관계가 아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컨텍스트를 만드는 매개 상태에 있다. 우리의 모든 행위는 목적에 관계없이 반드시 이차적인 결과(추천, 홍보, 연결, 승인 등)를 낳고 사소하고 반복적인 소비행위가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든다. 연결된 세상의 가치를 만든다.

일상의 모든 데이터가 원자로 연결되는 세상은 모두가 하나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세상을 의미한다. 이제 뗄려야 뗄 수 없는 상호의존적 관계로 모든 개인이, 개체가 묶이게 되었다. 이 시대의 개인에게는 사회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사업자들에게는 업의 작동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것이다. 각각의 제품, 서비스, 콘텐츠 자체를 가치로 여겼던 시대가 가고 있다. 대신 상호의존적인 매개자의 주도하에 협업 네트워크가 가치를 만드는 세상이 오고 있다. 모든 개인, 개체가 협업 관계로 재편됨에 따라 네트워크 전체가 분산된듯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개념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이미 와 있다.

이러한 협업은 연결된 세상의 ‘사회성(socialité)’[22]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면이다. 직접 대화하지 않아도 이 과정에는 예절도 의례(리듬)도 있다. 정보를 공유하고 데이터를 공개하고 규칙을 따르는 과정이 있다. 폐쇄나 속임수보다 공유와 투명성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을 서로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연대하지 않는 개인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벤트가 발생할 때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매개자로서 나는, 내가 생산하고 관여하는 네트워크안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협업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끊김이 없는(seamless) 협업의 ‘과정’이다. 여기에는 끝이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완성되지 않고 완성을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작용은 ‘역동적’이다(une interaction toujours inachevée et donc dynamique).”[23]

언젠가 유기적 협업이 만드는 네트워크는 ‘대의’로 표출되는 사회적 계약과 존재 방식을, 공급-소비로 세워진 시장의 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우리를 규정하는 집합 관계는 끝없이 변이할 것이다. 우리의 무의식적 연결이 만드는 유기적 협업의 세상이 거대한 파도처럼 오고 있다. 일상의 사소함속에서.

<갈림 길>


  1. 강정수, <우버(Uber)에 대한 6문 6답>, 2014년 8월 18일, http://slownews.kr/29399.
  2. 현재는 '카카오내비'로 바뀌었다. [박수련, <카카오가 인수한 김기사, '카카오내비'로 새 출발>, 중앙일보, 2016년 2월24일, http://news.joins.com/article/19621181/.%5D
  3. David Pierce, "Canary provides always-on, always learning home security in a beautiful, simple box," The Verge, Jul 22, 2013, http://www.theverge.com/2013/7/22/4544980/canary-always-on-always-learning-home-security.
  4. Ry Crist, "Kwikset Kevo review: This brainy smart lock just isn't brawny enough," Oct 18, 2013, http://www.cnet.com/products/kwikset-kevo-bluetooth-door-lock/.
  5. 이 글에서는 협력(cooperation)과 협업을 구분하지 않고 협업으로 통칭하여 언급하고 있음을 미리 일러둔다.
  6. Richard Sennett, «투게더(Together: The Rituals, Pleasures and Politics of Cooperation)», 김병화 역, 현암사, 2012(원서출판: 2012), p.26.
  7. Natalie & Joseph Henrich(2007), Why Humans Cooperate,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cited by Richard Sennett, ibid., p.130.
  8. "Collaboration,"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Collaboration.
  9. Oded Nov, "What motivates Wikipedians?" Communications of the ACM, Vol. 50, No. 11, Nov 2007, http://pensivepuffin.com/dwmcphd/syllabi/info447_wi12/readings/wk02-IntroToWikipedia/nov.WikipediaMotivations.CACM.pdf.
  10. Richard Sennett, «투게더(Together: The Rituals, Pleasures and Politics of Cooperation)», 김병화 역, 현암사, 2012(원서출판: 2012), pp. 164-212.
  11. 상동.
  12. Luis von Ahn and Will Cathcart, "Teaching computers to read: Google acquires reCAPTCHA," Google Official Blog, Sep 16, 2009, http://googleblog.blogspot.kr/2009/09/teaching-computers-to-read-google.html.
  13. Luis von Ahn, "Massive-scale online collaboration," TEDxCMU, Apr 2011, http://www.ted.com/talks/luis_von_ahn_massive_scale_online_collaboration.html.
  14. 윤지영, <미디어 네트워크의 진화>, «오가닉 미디어», 개정판, 오가닉미디어랩, 2016.
  15. Marshall McLuhan,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 김성기, 이한우 역, 민음사, 2011(원서출판: 1964), p. 481.
  16. 윤지영, <비즈니스, 미디어가 되다>, 오가닉미디어랩, 2014년 9월 1일, http://organicmedialab.com/2014/09/01/how-business-is-evolving-into-media/.
  17. [K Spieser, et al., Toward a Systematic Approach to the Design and Evaluation of Automated Mobility-on-Demand Systems:  A, Case Study in Singapore, MIT, 2014, http://dspace.mit.edu/openaccess-disseminate/1721.1/82904.
  18. 그런 면에서 협업의 영문표기 'collaboration'에서 노동을 뜻하는 'labor'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인간의 노동이 아니라 센서들의 노동이다.
  19. Fred Lambert, "A look at Tesla’s new Autopilot hardware suite: 8 cameras, 1 radar, ultrasonics & new supercomputer," Electrek, Oct 20, 2016,  https://electrek.co/2016/10/20/tesla-new-autopilot-hardware-suite-camera-nvidia-tesla-vision/.
  20. Jordan Golson, "Tesla’s new Autopilot will run in ‘shadow mode’ to prove that it’s safer than human driving," The Verge, Oct 19, 2016, http://www.theverge.com/2016/10/19/13341194/tesla-autopilot-shadow-mode-autonomous-regulations.
  21. 노상규, <비트코인 사례 연구 (2): 사용자 참여와 유기적 협업>, «오가닉 비즈니스», 오가닉미디어랩, 2016.
  22. '사회성(socialité)'은 국가·조직, 사회적 제도와 계약, 합리적(rational) 절차 등에 기반을 둔 근대적(modern) 사회(관계)에 대비된다. 짐멜(Simmel)과 마페졸리(Maffésoli)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근거를 두되, 일상의 불규칙한 여러 단면과 형태(forme)가 유기적으로 만드는 사회적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다.
  23. Michel Maffésoli, L'ordre des choses: penser la postmodernité, CNR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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